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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소딴 첫 번째 기획전시
연기와 연기

2021. 2. 3 - 2021. 2. 28
상업화랑 을지로

 필연적인 물성에 막혀 만나지 못 하는 세 사람과 그들의 만남을 주최한 세 사람이 있다. 전자는 <연기와 연기> 소설의 주인공들이고, 후자는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다.

 

 이 전시를 기획하기에 앞서, 송유나, 윤혜린, 최지원은 긴 시간 동안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수한 대화의 시간 속에 관심사, 기호, 동시대 미술계의 상황, 전시들에 대한 감상 그리고 그저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증식하고 소멸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종종 작가들이 그려내고 만든 작업이 작가의 페르소나로서 대화에 참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 지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를 전시의 형태로 실현 시키기 위해 작가들은 작품에 인격을 부여하고, 얇은 종이 위에 활자로 위치시켰다.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물성이라는 막을 벗고 하얀 바탕 위 검은 글씨가 되었다.

 

 평소 전시를 보듯 작업을 한 바퀴 둘러봤다면 전시장에 놓인 소설을 한 권 들고 2층으로 올라가길 추천한다. 푹신한 빈백에 몸을 파묻고 온전히 글에 집중해보자.

 

 세 작가가 공동으로 작업한 소설 <연기와 연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 성격, 말투, 배경은 세 작가의 작품들에서 추출하여 설정된 것이다. 세 인물은 각자 겪어왔던 일들도 처한 상황도 다르다. 접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그들이 반 박자씩 어긋나며 삐걱거리는 대화를 이어간다. 그리고 대화의 끝에서 온전히 이해할 순 없을지라도 흐릿하게 나마 그들은 서로를 연대한다.

 

 이제 책을 덮고, 고개를 들어 작품들을 바라보자. 물성을 가진 작품들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얼마간의 간격을 두고 작품들은 말없이 조명을 받으며 자리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더이상 단순히 전시장 안에 놓인 작품들이 아님을 안다. 우리는 방금 그들의 대화를 보았고, 그들의 관계를 상상했다. 이제 그들이 내비치는 케미를 바라보자.

 

글 리소딴

리소딴

‘리소(liso)’ 는 스페인어로 [1. 편편한, 평평한, 평탄한 2. 매끄러운, 반들반들한, 구김살이 없는] 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성격의 모임을 지향하며 세 작가 송유나, 윤혜린, 최지원은 전시 기획 그룹 리소딴을 결성하였다. 리소딴은 작가들의 주체적인 전시 참여와 윈윈의 공동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첫 기획 전시로 2021년 2월 을지로 상업화랑에서 <연기와 연기>를 선보인다. 장기적으로 이번 전시가 작가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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