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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2021

   

   우리의 짧은 인생 사이사이에는 다양한 감정이 스며들어 있다.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타인과 공유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다면 개인과 사회가 건강하게 존립할 것이다. 그러나 특정 감정이 지배적이라면, 그 시대의 개인과 사회가 위험한 상태라는 신호다. 최근에는 불안과 우울과 같은 감정이 안개처럼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고 사회를 잠식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나는 희미해진 감정들을 건져 올린다.

   불안한 시대에서 삶을 건강하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을 매순간 온전하게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모든 순간 일희일비해야한다. 모든 감정을 오롯이 마주하고 함께 이야기해야한다. 그렇기에 나의 작업을 감상하는 행위가 자신의 감정을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이 되기를 희망한다.

   자연은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런 자연으로부터 나는 작업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와 색을 만들어내는 감정을 상상하면서, 일상에서 수집한 자연의 형태에 빗대어 내적 심상이 담긴 ‘은유적 풍경’을 그린다. 나의 작업은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감정을 때로는 가까이에서, 때로는 멀리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최근 작업 시리즈 <one by one>은 우연히 접한 식물 프로테아에서 시작되었다. 프로테아가 가진 다양한 형태로부터 감정의 형태를 상상하고, 프로테아가 가진 독특한 번식 방법-불에 의존하여 종자를 퍼트리는 방법-을 감정의 속성과 연결하여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이번 작업을 기점으로, 개인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아 외부로 시선을 확장하고자 한다. 내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어느 정도 근거를 얻고 난 이후, 새롭게 받아들여질 은유적 풍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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